최근 몇 년간 제주도는 ‘창업의 섬’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자영업 붐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여행 수요가 늘면서 제주로의 인구 유입과 관광객 증가가 맞물려 창업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그러나 2024년 현재, 과연 제주 자영업 시장은 여전히 기회일까요? 아니면 거품이 꺼져가고 있는 걸까요? 이 글에서는 제주 자영업 시장의 현주소와 지속 가능성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합니다.
제주 자영업 시장, 어떻게 성장했나
제주의 자영업 시장은 지난 5년간 눈부신 확장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2020~2022년 사이,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막히자 내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제주도로 몰렸고, 이로 인해 카페, 식당, 숙박업 창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일부 서울 창업자들은 “제주로 내려가 장사하는 게 더 낫다”는 말을 할 정도로, 제주 창업이 트렌드가 되기도 했습니다.
창업자들의 상당수는 30~40대 도시 거주자들이며, 제주 이주와 동시에 자영업에 뛰어든 경우가 많았습니다. SNS를 통한 ‘감성 마케팅’이 제주 창업 붐에 불을 붙였고, 한적한 풍경 속 카페, 브런치 가게, 수제 맥주집 등은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로 확산되며 전국적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한 제주도는 지자체 차원의 지원도 활발히 진행했습니다. 청년 창업 지원금, 소상공인 점포 개선 사업, 관광업 연계 프로그램 등은 초기 창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었고, 관광객 유입 증가와 맞물려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포화된 시장,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지만 2023년 이후부터 제주 자영업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과잉 공급입니다. 한정된 유동 인구에 비해 자영업체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경쟁이 심화되었고, 특히 카페와 식음료 업종은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했습니다.
또한 관광객 수요의 계절 편차도 큽니다. 여름과 가을의 성수기에는 높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지만, 겨울과 비수기에는 손님이 급감하면서 고정비 부담이 극심해집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월세 외에도 다양한 유입 루트가 존재하지만, 제주에서는 관광객 의존도가 높아 리스크가 더 큽니다.
더욱이 물류비, 원재료 조달 비용, 임대료 상승 등의 문제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제주 내 상권은 이미 땅값이 오르면서 진입 장벽이 높아졌고, 초기 창업 자금이 2~3년 전보다 평균 30~40%가량 상승했습니다. 즉, “로망으로만 시작한 창업”은 이제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제주도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폐업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2024년 상반기 기준 신규 창업 대비 폐업 비율이 1:0.9 수준까지 치솟은 상황입니다.
제주 창업, 이제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제주 자영업은 끝난 시장일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문제는 무계획 창업과 트렌드만 좇은 '감성 장사'가 포화 상태를 만든 것이며, 전략적 접근이 있다면 여전히 기회는 존재합니다.
첫째, 콘텐츠 차별화가 핵심입니다. 기존의 ‘뷰 맛집’ 위주에서 벗어나 지역성과 스토리를 녹여낸 창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주의 해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카페, 지역 농산물을 직접 사용하는 푸드트럭 등은 콘텐츠와 체험이 결합된 형태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둘째, 장기적인 계획과 재무 전략이 중요합니다. 제주 창업자들은 비수기 대비 운영자금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며, 1년이 아닌 3년 이상의 사업 생존 시뮬레이션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자금 회수 시점을 너무 짧게 잡는 경우 실패 확률이 높습니다.
셋째, 디지털 전환을 통한 온라인 매출 다각화가 필요합니다. SNS 마케팅은 기본이고, 제주 특산품을 활용한 온라인 쇼핑몰, 지역 기반 구독서비스(예: 감귤 정기배송) 등을 통해 로컬 브랜드로 성장하는 전략도 효과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지역 네트워크와 협업이 살아남는 열쇠입니다. 제주 내 창업자 커뮤니티, 로컬 비즈니스 행사, 지역 상품 연계 플랫폼 등을 적극 활용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제주 자영업 붐은 단기적으로는 거품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략적 창업자에게 여전히 기회의 땅입니다. 감성에만 의존한 창업은 끝났고, 이제는 콘텐츠, 재무, 네트워크, 디지털이 모두 결합된 경영이 요구됩니다. 제주 창업을 준비 중이라면, 지금이 바로 철저한 준비와 시장 분석으로 다음 스텝을 밟을 때입니다.